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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시 관람

[대명비발디파크] 짧은 겨울. 열심히 스키타자.

여유있게 도착한 스키장, 우리의 횰이 맞아준다. BGM은 붉은 노을.. 패떳분위기다. 횰.. 난 너를 사랑한다. 격하게~~

 

올 시즌 개시다.

매 년 얼마나 지구력과 근력이 엉망이 되어가나 느끼는게 괴롭긴 하지만.. 노약자스키의 노련미로 커버중이다.
사실 이젠 몬가 고치려해도 잘 안되구.. 어찌 그렇게 타도 매냥 똑같냐는 핀잔마저 듣는다.

 

20대 후반의 이른 나이에 스키에 소질 없음을 눈물로 깨우치고,
숏턴에 불리하지만 엣지만 세워서 눌러주면 휙 돌아가는 바인딩과 펀카빙플레이트로 노약자스키를 위한 준비를 마친다.

그 후 두 번의 교체를 시도했지만 모두 포기하고.. 이젠 아주 아무 생각없이 팔랑팔랑 스키를 타고있다.
덕분에 아주 심신이 편안하다. ㅎㅎ



 

나는 스키장에 아주 경건한 마음으로 간다. 아저씨스럽다 할 수 있지..
가슴설레이는 스키장에서의 핑크빛 로멘스는 20대 중반의 아주 이른 나이에 포기했다.
아무리 굴러도 목에 눈 한방울 묻지않는 중무장을 선호하거든...

날렵한 맵시는 구경만한다.




혹시나, 인생관이 바뀌고.. 스키와 연애질을 병행 할 수 있을 만큼의 다리힘이 생긴다면, 대명스키장이 좋겠다.

우선 초급 슬로프만큼 넓직한 중급코스인 jazz가 맘에들지.
살짝 초급스러운 스키실력의 여친이라면 친절하고 효과적인 강습을 해줄거다..
후진을 잘 하는 남자의 섹시함과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




더구나 여긴.. 오전시간에 가면 내 그림자를 보면서 활강할 수 있다. 그거 은근히 재미있다. 그림자는 나보다 스키를 잘 타거든..

1분짜리 나르시즘. ㅋㅋ



 

또, 대명엔 테크노 슬로프도 있다. 아마 우리나라 스키장 중에서 바닥에서 가장 잘 보이는 상급자코스일 거다.

그게 모?.. 라고 생각한다면,여친이 스키를 꽤 잘 타서 상급자로 같이 날라다니는 경우이거나,
본인의 스키가 별로인 경우일거다.

같이 스키장에 갔는데.. 리프트와 초보슬로프에서만 깨작거리다 오면 좀 미진하지..
스타벅스에 앉혀놓구 나의 나름 날렵한 턴을 보여주고 싶다면 땡기겠다. 일정한 경사에 꽤 길고 넓다.

스키복을 빨간색으로 바꾸면 좋겠지? 눈에 확 띄게.. ㅋㅋㅋ



 

아주 옛날 회사 수영동호회 한 적 있다. 게으른 총무(본인 ^^;;;)때문에 기십만원 쌓여버린 회식비로 20명 넘는 사람을 끌고 스키장에 갔었다.

가 보니.. 스키장이라곤 첨이라는 사람이 16명.. 미치는 줄 알았다.
답답함에 돌아버릴까 스키 못타는 사람이랑은 스키장 안 다니던 시절이었단 말이다.

결국 다른 단체손님을 포섭해서 단체할인으로 싸그리 강습클라스에 몰아 넣고 도망다녔었다.
무책임에 욕먹을 줄 알았는데, 이직 후에도 몇 년 동안 그 사람들 만나면 덕분에 스키시작했다는 인사 많이 받았다.

보통 반 정도는 첨 스키타는 날 기억이 고생스럽고 별로 안 좋은데 말야.. 다행이고 신기했다.



아마도.. 내려오다 넘어져서 다치기도 힘들다는 슈퍼울트라 초급자 코스 때문이 아닐까.. 모 저런 슬로프가 다 있나 싶었는데, 감사했다. ㅋㅋ

 

사람들 마다 선호하는 스키장이 있을 거다. 왜 좋냐구 물어보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내 보기엔.. 전부.. '그냥'이다.
차라리 좋은 기억이 많아서 더 좋아지는 거지... 스키장이 좋아서 좋은거겠어. 그게 그걸까? 하여간..




나도 대명에 좋은 기억있다.노약자스키가 나의 갈길임을 결심한 즈음..
친구랑 둘이 스키장에 도착한 오후부터 겨울비가 왔다. (그 주말 눈이 온 곳은 대관령 넘어 알프스 뿐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보관대에 꽂아 놓은 스키는 2박2일 동안 줄창 겨울비를 맞아야했고, 우리는 미친듯이 맞고를 치며 5번 싸우고 6번 화해했다.

돌아오는 길, 만두라면을 먹는데, 2만원의 깨평과 2년치의 친밀감이 남더라. 잘 살고 있는지.. 잠시 추억이 방울방울...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운전하다보니 금방 집이다.일산까지 헤매지 않는다면 100분 정도 걸릴 듯.

4살 이후 네이게이션 능력을 잃어버린 나로서는
팔당대교를 넘어서 6번 국도로 들어가는 그 볼품없는 진입로를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걱정마라.. 배에 힘 주고 10분 정도 갔더니 원래 길과 다시 만나더라.




일산이나 서울 북부지역에서 외곽순환로(100번 도로) 타고 시계방향으로 쭉 돌다보면 만나게 되는 중부고속도로 하남IC에서 팔당 방면으로 빠지면 팔당대교를 넘게 된다.

 

물론 비발디파크에 불만도 있다.

우리 횰이 너무 추워보인다.
언젠가 워스트 드레서로 욕을 먹은 툼레이더의 졸리처럼 설원에 왠 탱크탑이냔 말이다.
물론 절대로 맘에 안 든단 소리는 아니지만.. 나에겐 페미의 피가 약간 흐르나보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맥주한잔 팔면 좋겠다. 찾다가 포기했다. 아쉬워아쉬워 ㅡㅜ.. 모닥불을 보니 따끈한 정종도 생각나구 말야..
나와 타인의 안전을 생각해 주는 얼마나 건전한 스키장이신지..  ^^;;;


 

저녁 6시 반부터 시작하는 야간스키의 빗살무늬 슬로프에 완곡의 S자를 새기는 기분이 벌써부터 그립다.

원심력으로 바짝 세운 안쪽 엣지에 긁히는 균형감.... 낚시의 손맛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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